창세기 4장 8절의 해석은 번역본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개역개정에서는 “가인이 그의 아우 아벨에게 말하고, 그들이 들에 있을 때 가인이 그의 아우 아벨을 쳐 죽이니라”라고 번역되었지만, 새번역과 킹제임스 성경(KJV)에서는 가인이 아벨을 들로 불러낸 후 살해한 것으로 묘사됩니다.
히브리어 원문에는 ‘가인이 아벨을 들로 불러냈다’는 직접적인 표현이 없지만, 일부 번역본에서 이를 추가한 점을 고려하면, 가인이 의도적으로 동생을 유인해 살해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는 단순한 충동적 범죄가 아닌 계획된 살인이었음을 암시합니다.
요한일서 3장 12절은 가인의 행위를 “악한 자에게 속하여” 저지른 것으로 설명합니다. 창세기 4장 7절에서 하나님은 “죄가 너를 원하나 너는 죄를 다스릴지니라”라고 경고하셨으나, 가인은 이를 거부하고 죄에 굴복했습니다. 살인 후에도 그는 두려움이나 회개를 보이지 않고, 하나님께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창 4:9)라고 대답하며 자신의 죄를 외면했습니다.
“악한 자에게 속하여”라는 표현은 단순한 도덕적 타락을 넘어, 가인이 사탄의 영향을 받았음을 시사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요한복음 8장 44절에서 마귀를 “처음부터 살인한 자”라고 하셨고, 요한일서 3장 8절에서도 “죄를 짓는 자는 마귀에게 속하나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가인의 살인은 단순한 시기가 아닌, 죄를 다스리지 못한 인간이 마귀의 영향을 받아 범한 행위로 해석됩니다. 이는 성도들에게 마귀의 유혹을 경계하고 죄를 다스릴 것을 강조하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성경적 교훈을 강렬한 시각적 표현으로 담아낸 대표적인 작품이 피터 폴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의 ‘아벨을 죽이는 가인(Cain Slaying Abel, 1608-1609)’입니다.
바로크 시대 거장다운 극적인 구도와 강렬한 색채로 가인이 아벨을 공격하는 순간을 생생하게 묘사한 이 작품은, 가인의 분노와 아벨의 공포를 사실적인 신체 표현과 강렬한 명암 대비(키아로스쿠로 기법)로 강조합니다. 가인은 돌을 들고 아벨을 내리치려 하고, 아벨은 저항할 힘도 없이 무력하게 쓰러진 모습입니다. 루벤스는 등장인물의 극적인 움직임과 감정의 과장된 표현을 통해, 성경 이야기를 더욱 현실감 있게 전달합니다.
특히, 가인과 아벨 뒤편에 위치한 제단은 작품의 중요한 상징적 요소입니다. 제단 위 타오르는 불은 두 사람이 하나님께 드린 제사를 상징합니다. 창세기 4장 4-5절에 따르면, 아벨의 제사는 하나님께서 받으셨지만, 가인의 제사는 거부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가인은 하나님께 대한 원망과 시기를 품었고, 사탄의 역사로 인해 분노가 촉발되었습니다.
바로크 미술의 걸작, 루벤스의 ‘아벨을 죽이는 가인’
피터 폴 루벤스는 유럽 미술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화가 중 한 명이며, 그의 아벨을 죽이는 가인은 성경 이야기 중 가장 강렬한 장면을 담아낸 대표작으로 평가됩니다.
이 작품은 1608-1609년경 제작되었으며, 현재 벨기에와 로마 등 여러 미술관에 다양한 버전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루벤스는 강한 명암 대비와 극적인 조명을 활용하여 가인의 폭력성과 아벨의 절망을 더욱 선명하게 표현하였고, 이러한 기법들은 그의 드라마틱한 화풍을 잘 보여줍니다.
이처럼 루벤스의 작품은 단순한 성경 삽화가 아니라, 인간 내면의 갈등과 죄의 비극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한 걸작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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