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인가?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사용한 이 문장은, 하버드 대학 정치철학 교수 존 롤스(John Rawls, 1921~2002)의 정의론(A Theory of Justice) 에서 등장하는 ‘기회의 평등(Equal Opportunity)’과 ‘정의로운 사회’ 개념에서 영향을 받은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는 정반대였다.

롤스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기반으로 한 공정한 사회를 지향하며, 모든 사람이 동등한 기회를 가져야 하고, 과정이 공정하며, 결과적으로 정의로운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철학은 미국 사회의 민주주의적 가치를 회복하는 데 기여했으며, 이에 대한 공로로 ‘네셔널 휴머니티스 메달(National Humanities Medal)’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그 정신을 제대로 구현했는지는 의문이다. 임기 내내 ‘기회의 평등’은 특정 계층에게만 허락된 특권이 되었고, ‘과정의 공정성’은 지속적으로 훼손되었으며, ‘정의로운 결과’는커녕 불의한 현실이 계속되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이 장악한 헌법재판소의 재판 과정, 법사위 및 각종 상임위에서 드러난 법조인 자녀들의 특혜, 감사원 조사를 통해 밝혀진 선관위 채용 비리 1,200건— 이 모든 것이 ‘평등한 기회’라는 명분이 얼마나 허울뿐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때 진보는 약자의 대변인을 자처했지만, 이제는 자신들이 그토록 비판하던 기득권 세력과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되었다. 기득권 타파를 외쳤던 그들은 결국 자신들만의 특권 구조를 만들었고, 정치적 성향이 같은 이들, 과거 동지들,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에게만 기회를 독점시키는 구조를 고착화했다. 과거의 기득권을 몰아냈을지언정, 새로운 기득권층이 그 자리를 차지했을 뿐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기회의 평등’은 무너졌고, 그 자리를 ‘주사파 카르텔’이라는 새로운 특권 구조가 차지했다. 불과 40년 만에 특권층이 된 그들이 이제는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며, 정치, 법조계는 물론이고 노조까지 장악해 가고 있다. 그 결과, 사회적 유동성이 점점 사라지고, 청년들에게 주어진 기회는 점점 더 축소되고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러나 그 청춘을 아프게 만든 자들은 책임이 없는가? 젊은 세대의 고통이 당연한 것이라면, 그 고통을 조장한 자들은 어디에 있는가? 특권층 카르텔이 만들어 놓은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청년들은 희망도, 기회도 없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그 결과, ‘독거청년 50만 시대’가 도래했다. 청년들은 외롭게 살아가고, 스스로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 내몰리고 있다. 사회가 만든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그들의 꿈은 무참히 짓밟히고 있으며, 미래를 향한 희망마저 빼앗기고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을 바라보며, 고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踏葉夜增愁 (답섭야증수) “낙엽을 밟을 때마다, 밤의 시름이 깊어진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더 깊은 시름 속에 살아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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